야구 인생 열전

인천의 야구에 새 이름을 더하다, SSG 랜더스

SK 와이번스의 네 차례 우승과 SSG의 2022년 정상. 인천 야구의 지역사와 랜더스가 이어받은 구단 역사를 구분해 읽습니다.

인천 야구의 시간과 랜더스의 계보

2015년 SK와 KIA의 경기가 열린 문학야구장

인천 야구를 오래 본 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구단 이름이 나옵니다. 삼미, 청보, 태평양 같은 이름에는 그 지역에서 야구를 보던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인천에 있었던 모든 구단을 SSG 랜더스의 직접적인 전신으로 묶으면 기록이 달라집니다. 한 도시의 야구 역사와 한 구단의 계보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지금 SSG로 이어지는 구단은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입니다. 2021년 신세계그룹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SSG 랜더스라는 새 이름을 달았습니다. 따라서 랜더스의 공식 역사에는 SK 시절의 선수와 우승이 함께 들어갑니다. 이름을 바꾸어 출발했지만 이전에 쌓은 기록까지 새로 시작한 구단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인천 팬들이 여러 시대를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도 이해됩니다. 구단 기록은 정확히 나누되, 사람의 기억까지 잘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어릴 때 보던 팀과 어른이 되어 응원하는 팀의 이름이 달라도 야구장을 찾는 생활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천 야구에는 그런 지역의 연속성이 있습니다.

와이번스가 강팀의 이름이 되기까지

SK 감독 시절의 이만수

SK는 2007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뒤 2008년, 2010년에도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 시기의 팀을 떠올리면 상대에게 한 점을 쉽게 주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먼저 생각납니다. 공격뿐 아니라 투수 교체와 수비, 주루의 작은 선택까지 승부의 일부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팀 팬에게는 끝까지 편하게 보기 어려운 상대였습니다.

박경완 같은 포수의 존재를 떠올리면 왜 야구를 타격 기록만으로 읽기 어려운지 알게 됩니다. 포수는 매 타석 투수와 함께 상대를 읽고 경기의 흐름을 이어 갑니다. 포수 한 사람만으로 우승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역할에도 팀의 강함이 담긴다는 사실을 와이번스의 역사를 통해 생각하게 됩니다.

2018년에는 다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습니다. 앞선 우승기와 같은 선수, 같은 방식만으로 얻은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세대가 달라지고 팀의 장점이 바뀌어도 다시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시즌입니다. SK의 네 차례 우승을 하나의 고정된 팀 색깔로만 설명하기보다 각 시기의 경기를 따로 살펴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2022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 자리

야구 글러브의 앞면과 뒷면

SSG라는 이름으로 가장 선명한 장면은 2022년입니다. 개막일부터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1위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이겼습니다. 정규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한 이 기록은 KBO리그 최초였습니다. 마지막에 순위를 뒤집은 우승과는 또 다른 종류의 긴장이 시즌 전체에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표현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경기를 이겼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는 날과 연패하는 구간이 있어도 순위표의 맨 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긴 정규시즌에서는 잘 풀리는 시기의 승리만큼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힘도 필요합니다. 매일 쫓기는 자리에서 자기 경기를 이어 갔다는 점에 기록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는 키움과 만나 정상에 올랐습니다. SSG라는 이름으로는 첫 우승이고 SK 시절까지 이어서 세면 다섯 번째 우승입니다. 두 표현은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범위가 다릅니다. 구단 이름과 통산 역사를 구분해 두면 오래된 팬과 새 팬이 같은 우승을 서로 다른 의미로 기뻐한 이유도 보입니다.

2007년 첫 우승과 2018년의 재도전, 2022년의 통합 우승을 차례로 놓으면 와이번스와 랜더스가 이어지는 길이 보입니다. 기업의 이름이 바뀐 날짜만으로 구단의 성격을 자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우승을 경험한 선수와 그 기억을 가진 팬들이 다음 이름의 팀에도 남았습니다. 그러면서 새 얼굴들이 자기 몫의 장면을 더했습니다. 전통을 이어 간다는 말은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문학에서 야구를 보는 여러 방법

그라운드 위의 야구공

랜더스의 홈구장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입니다. 오래된 팬에게는 문학이라는 지명이 훨씬 먼저 입에 붙어 있을 것입니다. 구장 이름과 간판이 바뀌어도 외야를 바라보는 방향과 그곳에서 보았던 경기는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 사진에 SK라는 글자가 보인다면 잘못된 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팀으로 이어지는 한 시기의 풍경입니다.

인천의 야구를 볼 때 저는 경기 자체와 함께 팬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눈이 갑니다. 누군가는 한 공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누군가는 가족과 보내는 저녁 속에서 야구를 즐깁니다. 같은 홈구장 안에도 여러 관람 방식이 있습니다. 지역 구단이 오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서로 다른 팬들이 돌아올 자리를 갖는 일이기도 합니다.

처음 랜더스를 알아가는 분이라면 인천의 오래된 팀 이름들을 외우는 데서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구단의 출발인 SK와 2021년의 이름 변경을 먼저 연결하면 됩니다. 그다음 네 번의 SK 우승과 2022년을 따라가다 보면 랜더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렷해집니다. 새 이름과 오래된 승부가 함께 있는 팀입니다.

기록·연혁 참고: 자료 1 · 자료 2 · 자료 3 · 자료 4


이미지 출처

  1. 2015년 SK와 KIA의 경기가 열린 문학야구장 — redjef25, CC BY 2.0.
  2. SK 감독 시절의 이만수 — OSEN SPORTS, CC BY 3.0.
  3. 야구 글러브의 앞면과 뒷면 — Jeremy Kemp, Public domain.
  4. 그라운드 위의 야구공 — Mark Tegethoff, Unsplash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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