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팀이 자기 차례를 기다린 시간, KT 위즈
2015년 1군 데뷔에서 2021년 통합 우승까지. 수원을 홈으로 삼은 KT 위즈가 신생팀의 시간을 건너 경쟁력을 쌓은 과정을 읽습니다.
수원에 온 열 번째 구단
KT 위즈는 2013년 창단해 수원을 연고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4년 퓨처스리그를 거친 뒤 2015년 KBO리그에 합류하면서 리그의 열 번째 구단이 되었습니다. 창단과 1군 데뷔 사이에 준비 기간이 있었다는 점은 NC와도 닮았습니다. 새로운 팀이 생겼다는 소식과 매일 순위표에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한 순간은 서로 다릅니다.
수원 역시 KT가 오기 전부터 프로야구를 경험한 도시였습니다. 다만 그 지역의 예전 구단 기록을 KT의 기록으로 이어 붙이면 안 됩니다. 위즈는 새로 창단한 팀입니다. 수원에 야구가 있었다는 지역의 역사와 2013년에 시작한 위즈의 구단 역사를 나누어 보면, 새 팀이 어떤 자리에 들어왔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위즈라는 이름보다 열 번째 팀이라는 설명이 먼저 따라다녔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한 구단들 사이에 새 이름이 들어왔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와 팬 입장에서는 숫자로만 불리는 팀을 넘어 자기 색깔을 만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빈칸을 채우는 팀이 아니라 수원을 대표하는 팀으로 기억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순위표 아래에서 쌓은 경기들
신생팀이 기존 구단들과 같은 일정으로 경쟁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선수단을 구성하는 것과 긴 시즌 동안 좋은 성적을 내는 일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습니다. 한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도 다음 날 다시 선발과 타순을 꾸려야 합니다. 위즈의 초기를 볼 때는 바로 그 반복을 버틸 기반을 만드는 시간에 주목하게 됩니다.
처음 야구를 보는 사람에게 하위권 시즌은 재미없는 기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은 그 안에서도 다음에 믿어 볼 선수를 찾습니다. 오늘 좋은 수비를 한 신인, 이전 등판보다 나아진 투수, 꾸준히 타석을 지켜 주는 타자가 생기면 다음 경기의 이유가 생깁니다. 승리뿐 아니라 팀의 얼굴을 알아가는 시기였을 것입니다.
KT는 2019년에 처음으로 시즌 승률 5할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첫 포스트시즌에 나갔습니다. 아래쪽 순위에 익숙했던 팀이 경쟁 구도를 바꾸기 시작한 장면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선 시즌에 쌓은 경험과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보아야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팬에게도 5할은 단순한 소수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기는 날과 지는 날을 비슷하게 경험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더 위를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승을 이미 여러 번 본 팀의 기준과 이제 올라가는 팀의 기준은 다릅니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면 각 구단의 시즌이 저마다 다른 재미로 읽힙니다.
한 경기를 더 치르고 얻은 2021년의 정상
2021년 정규시즌에는 KT와 삼성이 같은 승률로 일정을 마쳤고, 1위 결정전을 치렀습니다. KT는 그 한 경기에서 승리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습니다. 긴 시즌을 다 치르고도 마지막 순위를 정하기 위해 다시 만나야 했다는 사실이 그해의 특별함입니다. 팬에게는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을 승부입니다.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에 네 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구단 첫 통합 우승을 완성했습니다. 2015년 1군 무대에 들어온 팀이 2021년 정상에 선 것입니다. 열 번째라는 숫자가 창단 순서를 가리키는 설명에서 출발했다면, 이때부터는 우승까지 도달한 하나의 과정으로 읽히게 되었습니다. 늦게 출발했다고 늘 뒤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3년에는 다시 한국시리즈에 올라 LG를 상대로 준우승했습니다. 우승 다음에 또 우승하지 못했다는 식으로만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큰 무대에 다시 갈 수 있는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정상에 오른 일과 그 뒤에도 가을의 마지막 승부를 경험한 일은 함께 놓고 볼 만한 기록입니다.
마법이라는 이름 뒤의 평범한 하루들
위즈는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지만 구단의 성장은 마법처럼 생긴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선수들이 훈련하고 경쟁하고, 부진을 지나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평범한 하루가 쌓였습니다. 저는 팀의 이름과 실제 성장 과정 사이의 이런 간격이 오히려 좋습니다. 멋진 결과를 보고 난 뒤 그 앞에 있던 시간을 다시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의 관중석도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초기부터 자리를 지킨 팬과 우승 무렵 처음 관심을 가진 팬이 함께 응원합니다. 누가 먼저 왔는지로 마음의 크기를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팀의 다음 경기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홈구장이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KT를 알아갈 때는 우승 연도만 확인하고 지나가기보다 1군 데뷔, 첫 5할, 첫 가을야구를 차례로 연결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정상에 오른 장면이 갑자기 등장한 기적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수원에서 차근차근 자기 차례를 준비한 팀이 큰 무대에 도착한 이야기로 읽힙니다. 위즈의 짧지 않은 시간에는 그만큼 여러 단계의 성장이 담겨 있습니다.
기록·연혁 참고: 자료 1 · 자료 2 · 자료 3 · 자료 4
이미지 출처
-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의 외관 — Nt, CC BY 4.0.
- 2015년 수원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경기 — Fetx2002, CC BY-SA 4.0.
- 그라운드 위의 야구공 — Mark Tegethoff, Unsplash License.
- 수원 야구장의 응원 풍경 — Louise Kang, CC BY-SA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