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 열전

김태균이 배트를 내려놓고 1루로 걸어갈 때

큰 타구만큼 오래 기억되는 출루의 힘. 한화에서 보낸 18시즌과 일본 무대의 두 해, 영구결번 52번에 남은 김태균의 야구를 돌아봅니다.

상대 타석인데도 오래 보게 되는 선수

한화가 이전 홈으로 사용했던 대전 한밭야구장

롯데를 응원하는 사람에게 한화의 중심타선은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김태균의 타석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좋은 공 하나가 들어가면 크게 맞을 것 같고, 조심해서 던지다 보면 어느새 볼이 쌓입니다. 야구를 오래 본 지금도 그 이름을 들으면 홈런 장면만큼 타석에서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김태균은 2001년 한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뛴 두 시즌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는 한화 유니폼으로 18시즌을 보냈습니다. 오래 한 팀에서 뛴 선수에게는 성적표 밖의 친숙함이 생깁니다. 해마다 얼굴이 바뀌는 타순에서도 그 이름이 있으면 어느 시대의 이글스인지 감을 잡게 됩니다.

덩치와 장타력 때문에 처음에는 힘으로 승부하는 타자로 기억하기 쉽습니다. 물론 담장을 넘길 수 있다는 위협이 큰 선수였습니다. 그렇지만 김태균을 알아갈수록 공을 고르고 타석을 이어 가는 능력에도 눈이 갑니다. 크게 치는 것과 아무 공에나 크게 휘두르지 않는 것은 서로 다른 기술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 타자였습니다.

홈런이 없어도 투수가 편하지 않았던 이유

배트와 야구 글러브

김태균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으로 출루율 타이틀을 차지했고, 2016년에도 이 부문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6년 한 시즌에는 310번 출루했습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단순히 볼넷을 많이 골랐다는 사실만은 아닙니다. 안타와 볼넷을 통해 아웃되지 않고 다음 타자에게 공격을 이어 준 시간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한화 팬에게는 든든했을 장면이 상대 팬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어렵게 중심타자를 막아 보려 했는데 1루에 걸어 나가고, 뒤의 타자와 다시 승부해야 합니다. 담장을 넘어가는 공처럼 큰 환호가 없어도 수비하는 쪽의 부담은 남습니다. 저는 그런 타석을 보고 나서 출루율이라는 숫자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됩니다.

어릴 때는 네 번째 볼이 들어오면 아쉬워하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잘 치는 타자의 스윙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 공을 참았다는 사실도 플레이의 일부로 보입니다. 기다려야 할 공을 기다리고 칠 수 있는 공에 반응하는 일은 소극적인 야구와 다릅니다. 김태균은 그 차이를 생각하게 하는 선수입니다.

그의 2,209안타와 311홈런을 나란히 놓으면 타격의 폭도 보입니다. 안타를 꾸준히 쌓으면서 긴 타구의 위협까지 갖췄습니다. 여기에 출루하는 능력이 더해지니 상대 투수는 타석 하나를 단순하게 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가지 대표 장면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타자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도 이어진 야구

2010년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의 김태균

2010년과 2011년에는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습니다.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와 일본의 지바 롯데는 구분해야 하는 팀입니다. 김태균의 옛 사진에 낯선 검은 유니폼이 보인다면 그 시기의 모습입니다. 한화의 타석으로 기억하는 선수에게도 다른 리그에서 공을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간 선수를 보는 팬의 마음에는 기대가 여러 겹으로 붙습니다. 잘하길 바라면서도 국내에서 보여 준 모습을 기준으로 매일 비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투수와 경기 환경을 만나는 일은 유니폼만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김태균의 전체 커리어를 읽을 때도 일본의 시간을 성공이나 실패라는 짧은 단어 하나로만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후 한화로 돌아와 다시 긴 시간을 보냈다는 점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떠나기 전의 선수와 돌아온 선수는 같은 사람이지만 지나온 경험은 달라졌습니다. 돌아온 뒤에도 출루와 타격으로 팀의 중심에 섰던 기록을 보면, 커리어는 한번의 선택으로 결론이 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계절에 덧붙일 내용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52번을 보면 생각나는 타석

2025년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2021년 은퇴식에서 김태균의 52번은 한화의 영구결번이 되었습니다. 선수는 타석을 떠났지만 번호는 구단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통산 타율 0.320과 1,358타점 같은 숫자를 보면 왜 오래 중심타자로 불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숫자 옆에는 그 타석을 함께 지켜본 팬들의 서로 다른 저녁이 있을 것입니다.

한화가 새 구장으로 옮긴 뒤에도 이전 구장에서 쌓인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관중석에서 처음 야구를 배우는 어린 팬에게는 52번이 설명이 필요한 숫자일 수 있습니다. 그때 홈런을 많이 친 선수였다고 말하는 데서 조금 더 이어 가고 싶습니다. 잘 맞히고, 잘 골라내고, 공격이 끊어지지 않게 만든 타자였다고 말입니다.

저는 김태균을 떠올릴 때 배트를 내려놓고 1루로 향하는 장면도 함께 기억하고 싶습니다. 투수와 긴 승부를 마친 뒤 다음 타자에게 순서를 넘기는 모습입니다. 큰 타구가 없었던 타석에도 좋은 타자의 일이 남아 있다는 것. 김태균의 야구를 다시 읽으면 그 평범해 보이는 걸음이 예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기록 참고: KBO 선수 소개 · KBO 공식 기록 · 관련 보도 3


이미지 출처

  1. 한화가 이전 홈으로 사용했던 대전 한밭야구장 — ko:User:Prister, CC BY-SA 3.0.
  2. 배트와 야구 글러브 — Matt Benson, Unsplash License.
  3. 2010년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의 김태균 — taka on Picasa Web Albums (Original version) UCinternational (Crop), CC BY-SA 3.0.
  4. 2025년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 Seohae1999,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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