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
롯데팬이 기억하는 1990년대 KBO 이야기. 1992년 롯데 남두오성과 우승, 1994년 LG 신바람 야구, 강팀 현대 유니콘스와 1999년 롯데-삼성 플레이오프의 기억
80년대에 야구가 뭔지도 모르고 TV를 보던 국민학생은 90년대가 되면서 제법 야구를 볼 줄 알게 됐다.
선수 이름도 알고, 순위도 보고, 어느 팀이 강한지도 알았다.
그리고 여전히 롯데를 응원했다.
90년대를 생각하면 몇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92년 남두오성, 94년 LG 신바람 야구, 갑자기 나타난 무서운 현대 유니콘스, 그리고 99년 플레이오프.
내 기억 속 90년대 프로야구는 대충 이 네 가지다.
1992년, 남두오성
롯데가 두 번째 우승을 했다..
1984년 우승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최동원과 유두열 정도가 강하게 남아 있다면, 1992년에는 선수들이 좀 더 제대로 보였다.
그때 롯데 타선에는 남두오성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김민호, 김응국, 박정태, 전준호, 이종운.
홈런을 펑펑 때리는 팀은 아니었는데 참 잘 치고, 잘 뛰고, 끈질겼다.
그리고 투수 쪽에는 윤학길이 있었고, 신인 염종석이 나타났다.
특히 염종석은 지금 생각해도 굉장했다. 고졸 신인이 첫해부터 저렇게 던지는 걸 보면서 그냥 당연히 롯데의 에이스가 앞으로 10년은 갈 줄 알았다.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서 결국 빙그레를 꺾고 우승했다.
1984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지금까지 마지막 우승이 될 줄은.
뭐, 당시에는 누가 알았겠나.
1994년, LG 야구가 좀 달라 보였다
1994년에는 LG가 기억난다.
당시 표현 그대로 신바람 야구였다.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
신인 세 명이 앞 타순에 줄줄이 들어왔는데 셋 다 잘했다.
거기에 이상훈이 공을 던지고 김용수가 뒤를 막았다.
LG 경기를 보면 팀 분위기 자체가 다른 느낌이었다.
젊고 빠르고 잘 치고 잘 뛰었다.
유니폼도 당시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꽤 세련돼 보였다.
그리고 강했다.
정규시즌부터 잘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는 태평양을 4연승으로 끝내버렸다.
롯데 팬 입장에서 다른 팀 우승을 굳이 좋아할 이유는 없었지만, 94년 LG는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신바람 야구'라는 말이 그냥 홍보문구가 아니라 진짜 팀 이미지처럼 느껴졌던 시절이다.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가 나타났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가장 무섭게 느껴진 팀은 현대였다.
태평양 돌핀스가 사라지고 현대 유니콘스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름이 바뀐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상해졌다.
선수들이 계속 좋아졌다.
박재홍이 있고, 정민태가 있고, 김수경이 있고, 박경완이 있고, 전준호도 갔다.
타선도 강하고 투수도 강했다.
그냥 전체적으로 세 보였다.
특히 1998년 현대는 정말 강했다.
정규시즌 1위를 하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했다.
80년대에 어린 내가 해태를 보면서 느꼈던
저 팀은 왜 저렇게 세지?
라는 느낌을 90년대 후반에는 현대를 보면서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는 그 뒤로 정말 오래 강했다.
그리고 1999년
롯데팬에게 90년대 마지막은 역시 1999년 플레이오프다.
경기는 삼성쪽으로 기울고....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도파민 경기였다.
군대에 있었고, 대구 출신 고참이 5명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한화에게 졌다.
그래서 1999년 롯데는 우승팀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90년대 롯데를 생각하면 우승했던 1992년만큼이나 1999년이 먼저 떠오른다.
아마 야구라는 게 꼭 우승한 시즌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닌 모양이다.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야구
90년대는 한국 프로야구가 많이 달라진 시절이었다.
내가 야구를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80년대에는 그냥 롯데가 이기면 좋았는데, 90년대에는 다른 팀 선수들도 알고 다른 팀 야구도 보게 됐다.
1992년에는 롯데가 우승했고,
1994년에는 LG가 신바람을 일으켰고,
90년대 후반에는 현대라는 무서운 팀이 나타났다.
그리고 1999년에는 롯데와 삼성이 정말 질기게 싸웠다.
내가 기억하는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다.
남두오성, 신바람 야구, 현대 유니콘스, 그리고 1999년 플레이오프.
80년대보다 야구는 훨씬 재미있어졌고,
롯데 우승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